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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독자글방> 특별한 나의 죽음준비

11 minute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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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면서 말로만 듣던 성인병 진단을 손에 받아들던 날,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도 죽음이 오는구나’했다. 무심히 흘려듣던 장례뉴스에 귀가 기울여지고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졌다. 인터넷을 뒤지고 친구에게 전화도 걸고 수선을 떨며 겨우 찾은 것은 최신식장례식 이야기였다.

앞으로는 납골당 대신 대형드론으로 유골을 바다에 뿌리고, 혈액을 블록에 남긴다는 확 달라진 장례문화얘기였다. 아니,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신을 화장하고는 그 회색빛 유골을 100m 상공에서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에 뿌리는 소위 ‘산분장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를 영화의 한 토막처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납골당대신에 생전에 남긴 혈액을 영구보관하며 고인을 평생 기린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들이 죽은자의 혈액 블록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생전에 고인이 남긴 음성이 재생되어 아들손자며느리가 편하게 아무데서나 고인을 추모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너를 키우면서 참 행복했다” 나는 살아생전 이런 녹음 하나를 해놓으면서 피 한방울만 채혈하면 될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확실하게 고인을 떠올리는 방법이 있을까도 싶다. 그래도 끔찍한 일이다.

갈수록 화장이 늘어나 작년에는 93%나 되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만 해도 담담했는데 이제는 납골당 등 봉안시설이 포화상태여서 ‘산분장시대’로, 그리고 ‘혈액봉안시대’로 변한다니 소름 돋는다.

사실 아이들이 산소나 납골당을 찾는다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시대가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슬프고 허탈하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좋아요”만 누른 것이 아니라 “화나요, 슬퍼요”의 응답도 무척 많다는 문자를 보니 간사하게도 위안이 된다.

 

하여튼 앞으로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아이들의 스마트폰과 QR코드는 무척 바쁘게 생겼다. 나는 혈액만 보존할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시간 나는 대로 나의 한많은 인생이야기, 혼자 아들을 키우며 얽힌 추억사진, 그리고 동영상, 음성메시지 등을 잘 구성해서 아주 멋진 영구보존용 웹페이지를 만들어야한다. 갑자기 머리가 분주하다.

그걸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도 분주하다. 돈과 집과 땅문서를 아들 몫으로 남기는 것보다 ‘영구보존용 나의 일생’을 웹으로 만들어 아들에게 넘겨줘야 할 일이 더 중요할 듯싶은 엄마의 마음을 아들이 어떻게 받아드릴지도 궁금하다.

하여튼 나는 이제부터 더 바쁘게 생겼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좀 잘 먹고, 잘 쓰고, 잘 놀며, 원없이 살고 싶어졌다. 피 한 방울이면 되는 노후준비를 위해 묘지를 사고 납골당을 살 일도 없으니 돈 버느라 혹사당하던 몸도 무척 편해질 모양이다. 물론 일찌감치 직장을 그만두고, 못 가본 외국도 좀 나가보고, 못 먹어본 호텔의 비싼 코스 요리도 자주 먹어볼 계획이다. <중년고개 아줌마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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