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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넘어져도 괜찮아'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지난겨울에 있었던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점찍어 놓은 명장면이 있습니다. 유독 중요한 순간에 넘어지며 메달을 놓친 일본선수들이 많았지만 유독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도 많았던 올림픽이었습니다.

ㅡ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피겨스케이트 선수는 피겨역사상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4회전 반점프에 도전합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끝까지 자신의 연기를 펼칩니다. 결국 메달은 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에게 사람들은 한마디씩 합니다. “그게 세계최고 선수의 프라이드야”

ㅡ3명이 한 팀을 이루어 함께 달리는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일본여자대표팀은 계속 1위를 달리다가 결승선 앞에서 1명의 선수가 미끄러지며 금메달을 놓칩니다. 억울함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선수를 팀동료들은 “괜찮아” “울지마”를 외치며 끌어안아줍니다. 그 선수는 대화소감을 이렇게 전합니다.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내 동료들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들인지 알게 되어 기쁨니다”

ㅡ세계 최초로 스키점프 공중3회전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착지순간에 넘어지며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메달을 놓고 경쟁하던 다른 나라 선수들이 달려와 이렇게 축하를 해줍니다. “와! 네가 해냈어. 축하해” “너 정말 대단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선수들, 넘어진 동료선수를 감싸주는 팀동료들, 넘어진 라이벌에게 “넌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위로하는 선의의 경쟁자들, 참 멋있는 사람들입니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 금메달급 선수들의 마음이 금메달만큼 감동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나는 내 주위에 소중한 것들이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머니 없이 혼자 사랑을 못 받고 성장해서인지 전에는 주변의 배려나 사랑이 잘 보이지 않고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미건조한 마음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감동적일 때가 참 많습니다.

내가 넘어졌을 때 일어날 힘을 주는 사람들이 보이고, 일본에 좋지 않은 뉴스가 보도될 때면 어김없이 걱정하시며 염려해주시는 친척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헤쳐 나갈 힘을 주는 옆에 있는 아내로 인해 더 이상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새록새록 느낍니다. 얼마나 행복한지요. 가슴에는 정이 흐르고 마음은 촉촉해지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출근시간이 다 되도록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뒤척거리면 어느새 아내의 손은 혹시나 열이 있는지 만져보느라 나의 이마에 와 있습니다. “메구미상! 나, 열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회사를 쉬어야 할가봐요” “아니요, 열 전혀 없으니 빨리 일어나서 출근준비 하세요” 나만 믿고 의지하면 될 것처럼 큰소리치며 시작한 결혼인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누가 누굴 의지하고 누가 어리광을 부리며 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이불속처럼 따뜻합니다.

“넘어져도 괜찮아” 지고도 이긴 것처럼 뿌듯하고 훈훈한 얼음 위 선수들의 마음이 오늘도 내 마음에 전해져 옵니다. 벌떡 일어나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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