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먹는 사자를 상상해 보셨나요? 사자가 온순한 양처럼 풀을 먹고 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밀림에 가득한 공포가 사라지겠지요.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 동물들이 친구처럼 어울려 살게 되겠지요. 풀을 먹는 사자는 노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발톱도 무뎌지고 기력도 쇠하여져 사냥하려 날뛰지 않을 테니까요.
동서독의 통일을 배우고 소련연방이 해체를 선언할 때, 10대 초반이었던 나는 전쟁의 위협이 사라져가며 평화무드가 조성되어 가는 세상을 보면서 사자들이 풀을 먹는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예전 소련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러시아를 보면서 내가 꿈꾸는 평화로운 세상은 어디로 갔는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인간은 결코 평화를 가장할 수 없고, 인간이 만든 평화는 결코 오래 갈 수 없으며, 인간에 의한 평화는 기필코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씁쓸합니다. 평화는 하나님만이 만드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머니 없이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내게 늦게 만난 어머니는 부족한 게 보이셨겠지만 공부해라, 성공해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신앙생활을 갓 시작한 나에게 서둘러 성경지식을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바라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성실하게 교회를 다녀라”였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평안해진다”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평안하지? 항상 마음이 평안해야한다” 어머니의 인사법이었습니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어머니가 옳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회를 다니면 말씀 가운데 살면서 그리고 신앙의 선배들을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평안이 깃들고 좋은 마음밭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짧은 세월 어머니와 살면서 ‘평화, 평안’이라는 가장 중요한 교육을 받아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나 국가나 결국 삶의 원칙은 평안입니다. 그것이 행복의 출발이며 행복의 종착지입니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을 때마다 다시 새기고 다짐하는 내 인생의 모터입니다.
풀 먹는 사자가 어린양과 뛰어노는 평화로운 광경을 그려봅니다. 언제쯤이면 이런 세상이 올까요? 아니 세상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요? ‘나로부터 시작되리-’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함을 느낍니다. 세상이 어수선해질수록 두려움이 앞서고 마귀는 그때마다 마음속에 악한씨앗을 뿌려대고 조금만 방심하면 사자의 발톱처럼 악한 생각들이 돋아납니다. 그러나 다시 평안의 마음으로 남은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기도하며 나아갑니다.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 같아 든든합니다. 곧 어머니날이 돌아옵니다. 올해도 내 아내 메구미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백합꽃으로 집안을 환하게 꾸밀 것이고, 나는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사서 탁자위에 놓고 어머니의 평안을 추억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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