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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목사의 사람사는 이야기>자동차 세차를 하며



긴 호스에 수돗물을 연결하여 집에서 세차 하는 기분은 별다르다. 호스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물세기를 강하게 하여 바퀴를 닦을 때의 기분은 내 몸의 땟물이 씻겨나가듯 시원하고, 빗줄기처럼 물줄기를 고쳐서 백미러나 차창의 비눗물을 닦아낼 때는 평안함이 느껴진다.

아들 차, 며느리 차, 내 차를 나란히 세워놓고 마지막 마른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의 기분은 글자그대로 ‘홀가분’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는데 이런 기분 때문에 나는 즐기며 자주 세차를 한다. 세차가 끝날 때쯤, 오렌지 주스와 피자 한쪽을 조그만 쟁반에 받쳐 들고 손자 세 놈이 쪼르르 나오면 최고조의 기분이다.

어느 ‘디너쇼’에서 이보다 더 맛있고 어느 공연자가 이보다 더 멋진 공연을 하랴! 손주들의 공연이 뒷마당에서 펼쳐진다. 나는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운다. 오페라가수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곱게 차려입은 드레스를 찰랑대는 손녀들의 애교는 그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1등공연이다.

누나들을 따라 한두 번 공연에 합세하던 손자 ‘건’은 어느 틈에 세 발 자전거를 끌고 와서 자전차 쇼를 벌인다. 누나들에게 자전거를 들이대기도 하고, 요리조리 벽돌을 피해 달리며 쇼를 한다. 천만불짜리 공연이 끝나면 세 놈 모두 자전거를 끌고 집 아래 큰 거리로 내려가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자전거를 탄다. 한 동네서 오래 살아서 “하이! 안녕! 빠이!”를 하며 만나는 사람도 많고 인기도 많다.

그런데 어쩌랴. 멀끔하던 자동차에 또 먼지들이 묻는다. 진흙탕도 묻는다. 결국 차 청소는 하루 이틀하고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차를 가지고 있는 한 오랫동안 정성껏 해야 하는 일이다. 아니, 평생 해야 하는 작업이고 일상의 삶이다. 마치 한번 회개하고, 또 죄짓고, 또 회개하고의 삶인 것처럼.

어디 죄 없는 자가 있던가. 어디 회개꺼리 없는 자가 있던가. 그래서 평생 해야 하는 일이다. 회개, 회개, 회개! 영혼이 더럽혀지는 걸 자동차의 더럽힘에 견주랴! 죄는 그냥 잊어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영혼을 더럽히고는 거기에 기생한다. 죄를 계속 짓고 회개를 안 하면 사탄은 어느새 친구하자고 옆에 와 찰싹 달라붙는다. 그리고 말한다. ‘너는 점점 나의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미소까지 짓는다. 다음단계는 내 몸 깊이 똬리를 틀고 앉아 나를 지배한다.

그래서 날마다 영적인 권능을 유지하여 하나님의 군사로서 살아야 한다. 목사도 사역자도 예외가 없다. 사탄에겐 오직 밥으로 보일뿐이다. 그래서 또 다짐한다. 본의 아니게 하루에도 몇 번씩 입술의 실수와 행동의 실수를 거듭하게 되는 인간임을 고백한다. 때마다 순간마다 회개로써 마음 구석구석을 세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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