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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하베스트

<Well Aging-아름답게 나이먹자> 여왕, 가시다



여왕이 가셨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돌아가셨다. 96년의 생애, 70년 즉위의 긴 족적을 남기고 떠나셨다. 500여명의 세계 정상들과 2000여명의 국빈급 인사와 웨스트민스터 사원 인근의 100만 인파의 애도, 41억 시청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가셨다. 찬송과 따듯함으로 여왕이 직접 설계했다는 예배의식의 장례절차 끝순서는 매일 아침 9시, 여왕의 업무시작을 알렸다는 ‘가스트포스트’ 곡이 전속연주가의 백파이프 연주로 울려 퍼졌다고 한다.

- 잠들게나 근원이여, 잠들게나 (Sleep Dearie, Sleep) -

“병사여, 자네의 작은 자리에/ 이제는 눕거라/ 아주 멋지지 않지만/ 병사여,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젠 편히 잠들게나”

세계에서 가장 큰 317캐럿의 다이아몬드와 273개의 진주와 2867개의 장식용 다이아몬드가 박혔다는 무거운 제국의 왕관을 벗어 놓고, 화려한 궁전을 뒤로 한 채 훌훌 떠나셨다. 영국의 상징 시계탑 빅벤이 1분 간격으로 울리며 영국의 어머니가 떠나심을 알렸고, 영면 장소 윈저성에 이르는 길목에선 여왕의 조랑말 ‘엠마’와 여왕의 반려견 ‘웰시, 코기’ 두 마리가 주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한다.

서울서 친한 친구가 여왕의 사진을 한 묶음 보내왔다. 여왕의 일대기 변천사였다. 장난기 가득한 어린 모습부터 주름 자글자글한 96세 노년의 모습까지, 흑백사진으로 시작하여 화려한 모자까지 갖춘 정장의 버킹검궁 여왕폐하의 근엄한 모습까지 그야말로 한 여인의 한평생이요 대영국의 한 세기의 모습이었다.

때론 선머슴의 모습도, 때론 용맹의 모습도, 때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따듯한 엄마의 모습도 있었다. 때론 남편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여인의 모습도, 억척아줌마의 모습도, 천하미인 아름다움도, 여왕의 품위도, 나이 듦의 푸근함도 보였다. 그리고 풍성한 넉넉함도, 잔잔히 늙어가는 인생무상도, 자애롭고 인자한 할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도 반했다. 궁궐의 모든 전자제품이 우리나라의 삼성제품이라 하니 더 좋아졌다.

이웃집 여느 할머니처럼 그도 아들, 며느리, 손자, 손자며느리가 서로 불화하고 싸우고 먼저 죽기도 하고, 가정을 뛰쳐나가기도 하여 온갖 속 다 썩으며 산 한 여인이었다. 손등에 피멍이 들어도 꾹 참고 인내하며 새총리를 임명하는 임무수행의 모습은 마치 모든 고생 마다않던 우리네 엄마 같고 할머니 같아 친근감까지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다.

인간은 누구나 떠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간다. 있는 것 모두 놓고, 보이는 권력, 화려한 경력, 보이지 않는 자애로움과 가슴속 고뇌까지 모두 놓고 간다. 여왕처럼 ‘평안히’가면 멋진 죽음이다. 갈 곳이 있는 사람이 편히 떠날 수 있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데 행복한 마음으로 떠나면 떠난 자리가 아름답다. 복음으로 천국을 소유한 사람이 행복한 마음이다. 나도 행복한 마음이고 싶다. <원더풀라이프 발행인 /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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