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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하베스트

<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사랑의 빚



일본 T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를 보면서 나는 나의 청소년 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만화 ‘꼴찌 동경대 가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는데 2005년도에 시즌 1이 방송되었고 지금은 시즌 2가 방영되는데 한국에서도 ‘공부의 신’으로 리메이크 된 드라마입니다. 인기 폭증입니다. 왜 일까요? 어려워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이 세상은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공부에 굶주린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빚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담당선생님의 도움도 거부한 채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한 고등학생이 “좀 더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하며 살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게 퍽 감동이었습니다. ‘사랑의 빚’을 진 것이지요.

요즘은 세상이 많이 풍족해졌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되지 않아 점심을 굶고, 학비를 내지 못해 교무실로 불려가는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쯤은 있었습니다. 더 옛날, 더 전 세대들은 더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고 합니다. 슬픈 일입니다.

“내가 도시락 두개 가져왔어. 나랑 같이 먹자.”

“힘든 일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선생님에게 말해라. 도와줄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다가오는 반 친구나 선생님이 있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은 그 손길을 거부하고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싫지만 받기만 하는 자신에게 열등감이 느껴지기도 해서입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했습니다.

“너 정말 고등학교 안 갈거니?”

“입학금도 선생님이 냈고 입학수속도 이미 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고등학교는 다니길 바란다.” 중학교 졸업식 날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나는 학교를 그만 다니고 돈을 벌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선생님의 고마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졸업장도 받지 못한 나는 늘 그늘 속에 주눅 들어 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엔 인자하신 선생님의 사랑을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그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검정고시를 위해 중학교졸업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미 학교를 떠나신 뒤였고 연락처도 알 수 없었습니다.

어린 나는 감사인사는커녕 마음의 빚을 지고 표현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았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선생님은 내 기억 속에서 나와 함께 하시며 수시로 나에게 많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십니다. 정말 닮고 싶은 분입니다.

“이종희선생님! 영어선생님! 선생님ㅡ 어디 계신가요?”

나는 그간 공부도 마쳤고, 생활도 안정 됐고, 결혼도 했고, 예수를 믿고 마음가득 행복하며, 나름 어려운 이웃을 섬기며 어질게 살고자 노력 또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려웠던 어린 시절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가슴 훈훈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크고도 큰 ‘사랑의 빚’이지요. 그래서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남은 날들을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고 늘 기도하며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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