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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하베스트

<일본교포 김민호의 파란신호등>나무기둥



내가 사는 일본은 지진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건물이 적고 지진대비가 잘 되었는지 내진테스트를 세심하게 합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1995년 고베대지진 이후 더욱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탄탄하고 힘이 강할 것 같은 콘크리트는 지진의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균열이 생기고 쉽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약할 것 같은 나무기둥의 집은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 그것에 맞춰 같이 흔들거려서 불안하기도 하고 연약한 것 같습니다만 유연하게 흔들리면서 지진 충격에 강하게 버티며 무너지지 않습니다. 신기합니다.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고 분산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약해보이지만 나무기둥의 뼈대가 서로 지탱하도록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점점 태풍이 잦아지고 지진도 심해져서 불안하던 차에 지난달은 정말 역대급 태풍이 불어 닥쳐 엄청 떨렸습니다. 걱정이 되어 카톡으로, 메시지로, 이메일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일본땅에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둘레에 많이 있다는 사실에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꼈습니다. 새롭게 힘도 생겼습니다.

낯선 외국에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작년 겨울의 폭설과 이번 여름의 연거푼 거센 태풍, 그리고 지난 2~3년간의 코로나 전염병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것, 내꺼, 내 집, 내 소유, 내 돈을 지키기 위해 점점 마음 문을 굳게 닫아걸고 살게 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불어난 물을 막는다고 점점 높은 방파제를 만들지는 않을지도 걱정되고, 점점 더 강력 콘크리트로 마음의 벽을 굳게 치고 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불어난 물이 분산되어 잘 흘러내려 갈 수 있도록 배수시설 정비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진 대비를 위해 나무기둥을 세우는 지혜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서로 연결된 나무기둥들이 되어야 서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으니 잘 실천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와 교회의 일원으로서 내 자리를 견고히 잘 지키는 일이 곧 애국이며 헌신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주어진 일을 날마다 충실하게 더 잘 해야겠습니다. 결국 세상은 충실한 사람들이 나무기둥처럼 서로 연결하여 만들어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인간은 어차피 혼자서는 살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고 세계는 점점 하나로 연결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야 글로벌 경제를 서로 연결하여 이룰 수 있으니까요. 새삼 나도 국제사회를 세워가는 나무기둥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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