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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목사의 사람사는 이야기>94세 어린이



코로나 시대가 인간 세상에 남긴 것 중에 온라인예배를 빼놓을 수 없다. 불가항력이든 게으른 자에게 내린 선물이든 간에 지금은 전세계를 넘나들며 예배를 드리는 온라인시대가 되었다. 2000년대 초쯤에도 이와 비슷한 예배가 있었다. 주일날 10시부터 11시까지 방송되던 라디오서울방송의 ‘라디오교회’였다.

담당 PD와 미리 녹음을 해서 병원이나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이나 공장에서 일하느라 교회에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특별 예배프로그램인데 방송국의 부탁으로 나는 아내와 함께 한동안 특수목회를 하는 심정으로 ‘라디오교회’를 맡았었다.

우리는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어느 가정식 양로원으로 몇 분의 녹음을 따러 간적이 있었다. 노인들 10여분이 녹음을 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계셨다. 젊었을 때의 삶의 여정이나 잊을 수 없는 추억, 또는 못다 이룬 꿈, 자식들에게 바라는 사연 등을 이야기 해달라고 며칠 전에 미리 제목을 설정해 드렸었다.

녹음하기 전에 기도를 하고 시작하려고 그들 중 한분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너무나 기도가 유창했다. 미주한인사회를 비롯하여 한인교회의 부흥, 그리고 한국정치부터 미국의 정치인 등 세계전도와 세계선교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기도는 끝나질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치매를 앓고 있는 분이었다. 젊었을 때 LA에 있는 동양선교교회 여전도사로 재직하셨다고 했다.

나이는 4세, 이름은 김씨라 했다. 모든 걸 잊고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만 갖고 계셨다. 젊었을 때 얼마나 열심히 기도를 하며 사신 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해 보였다. 딱 4세 어린이였다.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이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나 뭉클했다.

친구처럼 자매처럼 선후배처럼 서로 돕고 함께하신다는 그분들은 우리가 묻지 않아도 서로 답하고 물으며 살아온 긴긴 세월의 이야기꽃을 한없이 이어가셨다. 사연도 갖가지, 사정도 갖가지, 그러나 한 가지 같은 건 모두 빛 가운데 사시는 분들이라는 것이었다. 평생 예수 잘 믿고 잘 사신 분들이고, 지금도 마음 가득 천국을 맛보고 천국을 이루며 살고 계신 분들이었다. 싱글벙글 그분들의 얼굴에는 ‘빛 가운데 살고 있는 빛의 자녀’라고 쓰여 있었다.

어언 2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 또한 70대 노인이 된 지금, 나는 가끔 그때 인터뷰 하던 그분들의 어린애 같던 순수함이 떠올라 마음이 정화될 때가 있다. 나이 들면 자기 얼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데 나는 어떠한가. 내 얼굴에서 목사의 그림이 그려지는지? 내 품격에서 하늘나라가 보이는지? 자문해본다. 부끄럽다. 얼굴이 붉어진다.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을 계기로 형식과 가식 겉치레를 벗고 살기로 또다시 결심한다. 주 앞에서 신실한 삶을 살기로 또다시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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