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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안섭의 콩트세계> 생일꽃바구니


‘딩동댕,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살그머니 실눈을 떠본다. 창가로 햇살이 방긋방긋 웃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다시 ‘딩동댕,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자리에서 화들짝 일어난다. 잠옷 차림 위에 가운을 가볍게 걸치고 문가에 서본다. 밖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문을 살며시 밀어본다.

문가에는 덩그러니 장미 바구니가 앉아 있을 뿐이다. 복도에 나와서 창가로 가서 밖을 쳐다본다. 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레인코드 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그 뒷모습에 고향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너무도 향기롭다. 갑자기 자지러지는 듯한 초인종 소리에 아련하듯 꿈길에서 눈을 번쩍 든다. 아! 꿈이었구나. 다시 울려 퍼지는 초인종 소리에 급하게 소리쳐본다.

“누구세요?”

“꽃 배달입니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를 연발해가며 와장창 현관문을 열었다. 한 바구니의 장미꽃이 화사하게 웃고 있다.

‘아― 71세 되는 오늘, 나의 생일꽃바구니. 어제 가까운 꽃집에 들려서 자축의 꽃바구니를 샀지…’

마음이 조금은 힘들었나보다. 4시가 지나도록 잠을 못 이루었지… 마음이 어려워지려고 하면 틀림없이 나를 이끌어 주는 손길을 느끼곤 한다. 그동안 위험의 순간에도, 외롭고 쓸쓸할 때도, 미소 짖게 해주었던 꿈… 갑자기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난다.

‘야! 너는 참 멋져. 예수 믿어. 그래도 꼭 믿어야 해. 기도하고 있단다.’

언제나 귓등으로 흘려버렸던 단어들이다. 이제는 나도 사람들한테 그렇게 외치고 싶다. 아니 외치련다. 막 도착한 장미바구니를 안고서 그 친구 생각에 꿈을 생각하며 환하게 웃어본다.

오늘따라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이 웃고 있다. ‘어!’ 하고 화들짝 놀란다. 우중충하고 심술 맞게 생긴 할머니의 얼굴은 간 데 없고 소녀처럼 밝은 표정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얼굴이 거울 속에 있다. 그래, 이거다. 이제부터는 음울하고 늙어가는 얼굴에 주름투성이의 얼굴이 아닌, 햇살처럼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물을 만드신 그분을 존경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슬기롭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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